<수필> 가을비에 낙엽을 밟으며

2024.01.17 10:40:33

박재형 작

 


가을비 오는날 낙엽을 밟으며 걸어본 적이 있는가?
잊었던 얼굴이 떠오르고, 다정한 그대의 말이 귓가를 속삭인다
갈색 눈동자는 얼굴에 닿은 작은 떨림이 
내 가슴으로 번져오면 나는 수첩을 뒤져 전화를 하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을 이어주는 빗소리,
그리움을 물들여놓고 내 마음에 파고들어 
일체의 고민을 불식시킨 빗소리만 익숙한 파동으로 
내게 전해주었다.
낙엽이 떨어진다. 
자연의 모든 색이 씻겨 가버린 날.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낙엽위에 서있는 나는 온 길 알 수 없고 갈 길 알 수 없는 데 
어디로 가야 할까?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는 분명한 듯 한데 
아닌 듯 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멀어지기도 하는 
망각의 시간으로 달린다.
오늘 가을비와 낙엽의 생각은 잔뜩 흐렸던 하늘에 비를 뿌리고 
비바람을 탓하는 낙엽은 납작 엎드려 당신 가슴에 
내 마음을 내려 놓았던 것처럼 
찬바람에 뒤척이던 시간을 내려 놓았다.
비는 마음의 부스러기인 듯 내 그리움을 적셔가고 
어둠은 슬며시 모든 것을 감춰버린다.
내리는 가을비에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아리한 기억 마저도 조용히 벗어내고 겨울맞이를 하려는가 보다.
내 마음에 그리움으로 전해오고 엉거주춤 발 저린 사람처럼 
그냥 기다림으로 채워야 하는 가을비에 미처 비우지 못한 기억들이 
낙엽 속에 묻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안타가워하는 마음은 
흔들리는 사랑처럼, 
부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기억 속에 헤집다 
차갑게 저물어 가는가 보다

김민수 기자 eduwatch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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