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학생의 미래보다 진보시민단체 이념전파에 치중

2018.12.16 18:46:18

혁신학교 지정,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교사간 이념 갈등 촉발.
국어과목과 사회과목도 구별 못하는 국어과 교사의 혁신교육...

 

'혁신'은 구체적인 솔루션이 있고,  과학적이고, 확산성이 있어야 '진정한 혁신'으로 부를 수 있다.

 

내년 3월 혁신학교가 전국 1,765개로 대폭 늘어난다. 2009년 13개교로 출발한 혁신학교가 10년 사이 약 136배로 확산된 셈이다. 혁신학교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 등 참여 수업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면에서 이를 늘려야 한다는 쪽과, 대학 입시가 절대 목표인 국내 현실이 바뀌지 않고서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부분만 생각하는 것이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반쪽짜리 주장에 불과하다.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은 교육의 핵심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 역시 현실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두 개 입장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innovation)이라는 용어다. 혁신이란 스팬포드 대학의 에버렛 로저스 교수에 의해 발표된 용어로 남미의 고질적인 전염병인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을 퇴치하기 위한 피상적인 방역활동보다는 ‘화장실 현대화’ , ‘물 끓여 먹기’ 등 근원적인 수단을 확산시켜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만든 이론이다.

 

혁신은 구체적인 솔루션을 수반한다.  ‘혁신’은 “특정 수단과 방법에서 창출된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적 사고력, 새로운 상상력으로 정의되면 확장성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론을 ‘확산이론’으로도 부른다. 비록 사회학에서 출발했지만 경제학, 교육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전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낙태법 폐지’ 등을 토론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맞는 주제인가? 그런데 그에 대한 솔류션을 도출할 수 있을까? 

 

지난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서울지역 혁신고 14개교에서 750여명의 교사와 학생이 각 학교의 수업 및 과목 노하우 등을 16개 분과로 나눠 공유하는 ‘혁신학교 한마당’을 진행했다. ‘수업 및 평가혁신(국어과)’ 교실에서 김00 서울 인헌고 교사는 이번 학기 진행했던 ‘모둠별 자유 주제 발표하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소년법 ▲페미니즘 ▲낙태법 폐지 ▲베이비 박스 등 최근 논란이 된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이러한 성공사례 발표가 속칭 혁신학교 국어과 수업에 맞는 주제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국어과 과목은 '나랏말' 즉 대한민국 언어와 한글 또는 한자로 쓰여진 글을 공부하는 교과 과목이다. 그런데 소년법, 폐미니즘, 낙태법폐지, 베이비 박스라는 개념은 국어과 주제가 아니라 사회과 과목(법, 문화, 사회시스템)에 맞는 주제다. 국어과 과목에 맞는 혁신주제는 예를들면 ▲신문에 나온 논설의 논리 와 구조분석 ▲SNS 언어의 욕설 현황과 바람직한 용어는? ▲예능방송프로에 사용되는 축약 단어(예: 알뜰신잡 등)의 문화적 피해 ▲한자교육이 꼭 필요한 가? ▲자장면과 짜장면의 한글표준화 지정의 문제점 등이 더 걸맞는 국어과목 주제일 것이다.

 

또한 이날 학생들은 혁신학교 수업시간에 느꼈던 점을 자율적으로 발표한 주제는 더 경악스럽다. 김00(서울 휘봉고 2)군은 ▲“기존 수업과 다른 형태의 다양한 교육을 한다.”▲ “예컨대, ‘4교시가 끝나고 출석하면 지각 또는 결석으로 해야 할지’, ▲‘치마 길이, 바지통은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지’ 등 주제에 대해 세세한 결정도 투표나 설문조사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는 교육부와  교육청 방침, 학교 교칙 문제이지, 학생들의 투표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이런 것이 혁신주제의 성공사례라면, 국민 일부가 토론해서 결정나면 현행 법령과 조례 그리고 판례를 위반해도 된다는 논리와 같다. 즉 법과 원칙을 지키는 법치국가를 부정하는 교육을 시키는 셈이 된다.

 

혁신학교 신설을 교육감이 비민주적으로 임의 지정 해 논란 증폭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경기교육감 시절 도입한 공교육 혁신 모델이다. 지역별로 혁신학교(서울ㆍ경기), 행복배움학교(인천), 행복공감학교(충남), 무지개학교(전남), 다행복학교(부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현재 전국 1,525개의 혁신 초ㆍ중ㆍ고교가 운영 중이다. 정부가 짠 교육과정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학생 수준이나 지역 상황에 맞춰 수업 내용 등을 재구성해 가르친다는 점에서 일반학교와 다르다. 

 

혁신학교는 매년 17개 시ㆍ도교육청이 선정ㆍ지정한다. 시ㆍ도교육청은 주로 일반학교서 희망을 받아 심사 후 선정을 한다. 심사항목은 대개 ▲지역적 특성 ▲기초생활수급자 수 ▲다문화학생 비율 ▲학급당학생 수 등으로 나뉜다. 구성원의 혁신학교 이행 동의율도 따진다. 일반학교 전체 교원 중 50% 이상 또는 전체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 가능하다.

 

이 가운데 신설학교 등은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하기도 한다. 혁신학교 임의지정 방식은 학부모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비민주적 방식, 독재주의 또는 전체주의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에 개교하는 헬리오시티 단지 내 입주자협의회 300여명의 주민은 교육청 앞에서 “신설학교라는 이유로 자녀가 입학할 예정인 예비 학부모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교육청이 임의대로 혁신학교를 지정했다”며 교육청의 혁신학교 임의 지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난 14일 교육청은 이를 1년 유예하면서, 2019년 지정을 철회했다. 이를 꼼수 철회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혁신학교가 ‘학력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6년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11.9%)이 전국 고등학교 평균(4.5%)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는 자료도 발표된 바 있다. 이00(45) 헬리오시티 입주자협의회 관계자는 “혁신학교가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모집에 유리하다지만, 아직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아이가 혁신학교에 진학해 혹여나 기초 학력 등이 떨어질까 우려 된다”고 했다.

 

교사들의 혁신학교 발령이 교사 간 교육 철학 갈등도… 학부모와 의견수렴 없이 비민주적으로 혁신학교 정책을 밀어부쳐...

 

혁신학교가 모든 교사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얻는 것 또한 아니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혁신학교로 전보된 교사가 종종 혁신학교 철학에 반대하는 일이 생겨 이들 간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서울의 한 혁신고로 전보된 교사가 지난 2월까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상대로 관련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양적 목표에 치중해 혁신학교 확대와 지원을 섣부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면 확대보다는 혁신학교의 성과와 한계를 정확히 분석하는 등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부는 내년에 혁신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교부금 예산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에 85억원을 지원한다. 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공청회도 없이 국민의 혈세를 마음대로 집행한다고 한다. 그들이 항상 주장하는 민주적 절차가 아닌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면서, 전년(72억) 대비 18% 늘어난 금액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와 현장 의견수렴을 반영한 혁신학교 지원 방향을 각 시ㆍ도교육청과 협의해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과연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믿어야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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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월(준호) 기자 gimhowol@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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