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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인 합의가 없이는 자연식품 위주의 학교급식 정책은 불가능하다

학교급식 패스트푸드화 심각성 인식 필요


대한민국 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사례이다. 금년 기준 초중고생 730만 여명의 급식에 소요되는 예산규모는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내 식당 및 조리시설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합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2006년 학교급식이 사기업 위탁에서 학교장 직영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해마다 집단 식중독 논란은 여전하고 조리종사원 노조가 결성되면서 급식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학교장 직영의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은 사라졌고 자녀의 건강 및 건전한 식습관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왕 시행된 국가주도의 학교급식이라면 자라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건강과 건전한 식습관 형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순기능을 하도록 해야 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종태 시의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중·고등학교의 학교급식 식재료 구입비 중에서 공산품 식재료 비중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무상급식이 실시된 지난 10여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학교급식이 자연식품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기의 건전한 식습관 및 식단의 구성은 노년까지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어떤 식재료를 먹고 크는지에 따라 성인이 된 후에 체격향상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이종태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한식 위주 식단은 사라진지 오래다. 가정식이 무너지자 입맛이 달라진 학생들로 인하여 학교급식은 원물중심의 자연식품이나 계절식품보다는 패스트푸드화된 공산품 위주의 식단 구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종태 의원이 분석한 통계는 이러한 학교현장의 모습을 뒷받침한다.

 

금년에 개정된 학교급식법 제11조와 동시행규칙 5조에 의하면, 학교의 식단은 자연식품 및 계절식품을 고려하여야 하며 교육감은 필요시 식품구성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 취지와 달리 학교현실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나 교육청의 급식정책 책임자들의 문제인식이나 개선을 고민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자연식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면 학생들은 해당 식단에 젓가락 한번 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학부모들조차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 달라고 압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학교급식을 운영하면서 무책임하게 패스트푸드 위주로 마구잡이 식단을 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개별학교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그래서 이제는 책임 있는 급식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학생들 입맛에 따라 패스트푸드화된 학교급식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연식품이나 계절식품 위주의 식단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할 것인가?

 

정부와 학교 그리고 학부모와 시민들까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급식만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또는 잔반이 조금 더 나오더라도, 학교급식만큼은 자연식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도록 우리 모두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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