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가을이 되면 난 높고 파란하늘에
여름내 묵은 땀내를 내 널고
열기를 식히려고 달려온 바람에게
감싸이고 싶다.
가을이 되면 계절의 빛깔처럼
길거리의 나무도 누른빛이 돌고
내 살갗에 닿은 햇살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고질병 같은
허전한 마음이 자리한다.
가을이 되면 이름모를 들꽃조차
노을에 물들어 기다림은 목이 메이고,
달이 차올라 가슴에 묻은 얼굴이
그 님의 모습으로 보일까
가을이 되면 모두가 떠난
들판에 비가 내린다.
평온과 고요속에 묻어오는 향기는
여린 맘 벌거벗은 기억으로
그립다, 보고싶다는
가을빛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