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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칼럼> 어느 후보의 공약이 될까? ... "혁신학교를 모두 IB인증학교로 바꾸겠습니다"

[기회평등학부모연대 대표 김정욱] 조전혁 전 국회의원과 정근식 서울대교수가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보궐선거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표주자로 맞붙는 대진표가 완성되고 있다. 양진영 모두 단일화에 성과를 내면서 2010년 재선거 이후 처음으로 진검승부에 나서는 셈이다. 
 

지방선거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던 교육감선거였지만 이번 보궐선거 만큼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유일한 광역선거여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 후보나 정 후보의 선거운동 일거수 일투족까지도 언론의 지면을 차지하며 서울시민들에게 노출될 듯하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념적 세력 대결만 부각되었던 그동안의 교육감 선거와는 달리 두 후보의 교육정책 관련한 쟁점도 언론이 지면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민들에게 다가간 교육감선거가 예상된다.

 

지난 10여 년간 진보교육감의 대표적인 교육정책 중 하나는 혁신학교를 통한 교육과정 개혁이었다. 아마도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두 후보의 생각은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혁신학교에 관한 서로 다른 정책방향과 주장은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진보교육감의 대표 브랜드였던 '혁신학교를 통한 교육과정 개혁' 정책과 관련하여 두 후보가 어떤 평가와 주장을 내 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지금까지 예비후보로서 내놓은 두 후보의 언론인터뷰나 카드뉴스에 의하면, 정근식 후보의 경우 1호 공약으로 "혁신교육 계승"을, 조전혁 후보는 "혁신학교는 처참한 실패"라는 주장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승방향이나 실패라고 지적한 근거에 대해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지금까지 양측 캠프의 정책 담당자들 생각 속에는 "혁신교육 계승" 대비 "혁신학교 폐지" 정도 수준에서 서울교육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양 후보가 내세운 혁신학교 관련 구호는 실제로 서울교육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수년 전부터 혁신학교를 통한 교육과정 개혁에 성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실상 그 출구를 모색해 왔다. 이는 수년 전부터 조 교육감이 국제교육프로그램인 인터내셔널 바깔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를 모델로 한 교육과정 도입을 모색해 온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실패를 대외적으로 인정하기를 꺼린 듯하다. 그가 IB도입을 위해 시의회에 신청한 사업명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23년도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 사업별 설명자료에 보면 "교육과정운영내실화지원사업", "서울미래형교육과정개발사업", "서울미래형교육과정실행에대한역량강화사업" 등 위장된 명칭으로 26억 여원의 예산을 신청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교육혁신과 사업으로 신청된 위 예산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전액 삭감하는 촌극이 벌어진 바 있다. 조희연 교육감으로서는 혁신학교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는 곤란하고, 그렇다고 IB도입이라는 정책의 정당성을 내놓고 설명하기도 어렵다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그후 조 교육감은 교육혁신과를 디지털혁신미래교육과로 명칭 개정하고 IB를 모델로 한 한국형 바깔로레아를 서울교육에 도입한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기 시작하였다. 금년 7월 19일 서울시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하반기 IB관심학교 35교(초 23교, 중 12교)를 추가 지정하여 IB관심학교를 74교로 확대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 보도자료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교육과 IB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혁신교육의 실패를 애둘러 인정하고 교육과정 혁신의 출구로 IB를 도입했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과정 개혁에 성과가 있었느냐는 데에 대하여 이미 실패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IB도입을 통해 IB관심학교-IB후보학교-IB인증학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예산만 허락된다면 향후 4~5년 내에 서울시학교 전체를 IB인증학교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울시교육의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와 교육과정 개혁의 흐름을 생각할 때, '혁신교육 계승'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정근식 교수의 구호는 진부하기 그지 없다. 조희연 교육감의 발꿈치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조전혁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혁신학교 정책이 전환되어 IB인증학교를 추진 중임에도 뒤늦게 대안도 없이 '혁신학교 폐지'만을 내세운 조전혁 후보 역시 서울교육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학부모들에게 별 인기가 없는 혁신학교와 관련하여 "혁신학교를 모두 IB 인증학교로 바꾸겠습니다"라는 선거구호를 누가 먼저 차지할까 궁금하다. 혁신학교 실패를 확인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셈이니 조전혁 후보의 공약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이 시작한 것이니 정근식 후보의 선거구호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두 후보 모두 조희연 전 교육감의 공과를 절반씩 가져가는 셈이 될 것이다.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이, 교육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감 선거운동으로는 적절한 주제가 될 듯하다. 조전혁, 정근식... 두 후보의 선의의 경쟁과 치열한 토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