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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충암학원 임시이사회 비민주적 운영에 학부모회 강력 반발

16일 오전 9시부터  충암중학교 교정에서는 학부모 40여 명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한 채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학습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교내에서 수십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학내 침묵 시위를 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플래카드와 피켓 문구에는 임시이사회의 전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진다. "탁상행정 졸속행정 공사강행 결사반대", "학생안전 무시하는 공사강행 결사반대" 등의 내용이다.

 

피켓팅과 침묵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고등학교 교실 창문으로는 간간히 학생들이 밖을 내다보며 학부모들에게 들릴 정도로 소리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교육감이 파송한 법인임시이사회가 급식실과 체육관을 신축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들과 진지하게 소통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은 듯했다.

 

충암학원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합급식실을 신축하기로 하고 학교내 부지를 검토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부지 선정의 여러가지 안들이 검토될 때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초등, 중등, 고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정을 미루어 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장 일부를 활용하려는 1안은 초등학교 학부모회의 반발에 부딪쳐 일찌기 좌절되었고, 그후 2안 3안이 검토되었지만 이번에는 고등학교와 야구부 반발에 부딪쳐 표류해 오다가 최종적으로 중학교 교사 앞 주차장 공간이 부지로 선정되자 이번에는 중학교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중학교 학부모회를 대표하여 시위에 나선 조경주씨(1학년 학부모)는 "4층으로 된 중학교건물에서 겨우 8미터 거리를 두고 6층 규모의 복합건물로 급식실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조차 비탈을 이용하여 처마식으로 올린 공간인데 그곳에 급식실을 짓는다면 교사동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는 위치이다. 법인 임시이사회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회 한번 없이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좌: 피켓팅 중인 조경주 학부모대표]

 

조씨는 통합급식실 신축이 고등학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통합급식실 조리시설이 현재 고등학교 건물 내에 있고, 고등학교의 경우 유휴교실을 리모델링하여 식당도 마련되어 있는데 반해 중학교는 조리시설도 없고 교실배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도 법인 이사회가 당장 불편한 중학교 급식시설을 위한 예산배정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충암중학교에 두 자녀를 모두 보내고 있다고 밝힌 최OO씨는 "법인 임시이사회가 초등학교 학부모, 고등학교 학부모, 야구부 동문들의 반대가 있을 때마다 부지선정 위치를 바꾸다가 마지막에는 가장 안전에 문제가 많은 중학교 건물 코 앞에 짓겠다고 하니 학부모로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두 자녀를 둔 최OO씨가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 중]

 

학부모 침묵시위는 이날 10시에 개최 예정인 법인이사회를 염두에 둔 듯했다. 9시 30분경 박거용 이사장이 고등학교 이사회장으로 입장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서둘러 계단을 오르는 박 이사장에게 다가가 부지선정 여부에 대해 이사회 안건을 질문하자 박 이사장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부지 선정은 이미 확정되었다. 변경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주차장 공간이 조금 좁아서 운동장 쪽으로 어느 정도 나가게 설계할 것인지 최종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충암학원이 수년 전부터 급식 문제로 홍역을 앓아 왔지만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후 오히려 학교 구성원간 소통에 더 문제가 많아 보였다. 특히 중학교 학부모들이 현재 선정된 부지에 대해 안전문제를 가장 문제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을 위한 설명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임시이시회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인이사회가 현재 계획된 부지 선정 위치를 바꿀 여지가 없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조경주 학부모 대표는 "이제는 학교밖으로 이슈를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필요하면 교육청을 상대로  최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주요 언론사에도 임시이사회의 비민주적인 전횡에 대해  적극 알려 나가겠다."며 이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충암고 이경석 교장에게 하소연하는 충암중학교 학부모회 대표] 

 

침묵시위가 이어지는 동안 고등학교 이경석 교장이 현장에 나타나 중학교 학부모회 대표와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이사회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에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이사회에 학교장으로서 학부모 설명회 같은 것을 열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하실 의향은 없느냐고 기자가 묻자 이경석 교장은 "나는 이사회에 참석할 권한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당분간 충암학원의 급식실 신축관련 학부모 반발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