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던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 학부모들의 집단반발에 부딪쳐 저지될 듯하다. 학부모들의 격렬한 저지투쟁에 놀란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의사결정이 있는 경우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사실상 혁신학교 신규지정은 어렵게 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원중학교를 "마을과 함께 협력하는 학생·지역사회 친화학교"로 만들겠다며 '혁신학교 지정'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60%가 넘는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아냈다가 막상 혁신학교 지정사실이 알려지자 상당수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초·강남·송파구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SNS상에 떠도는 정보에 의하면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위기의식이 대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선 혁신학교의 학교장은 제대로 자격을 갖춘 경우가 드물고 공모제에 의해 전교조 교사가 자격도 없이 교장으로 승진한 경우라는 소문이 파다한다. 어느 한 학부모 카페에 올려진 도표에 의하면 공모제 교장과 정상적인 코스로 승진한 교장의 이력을 매우 적나라하게 비교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의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도 놀랍다. 한 학부모 카페에 올려진 도표에 의하면 2019년도 서초구 소재 중학교의 자사고 진학율 현황을 비교하였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어떤 이론적이고 교육정책적인 설명보다도 한눈에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알아보도록 하는 도표이다.
학부모들은 이런 정보를 공유하며 SNS상에서 세력을 규합하여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아래 카카오그룹채팅방 메인화면을 보면 11월 30일에 공지한 대화방에 불과 며칠만에 1000여명의 학부모들을 모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이 많이 드나드는 카페 몇군데에 홍보해서 입소문에 의해 학부모들을 규합하여 서울시교육청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력을 모았던 것이다. 신속하고 과감하고 결단력있게 투쟁을 나선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의 기선을 제압하고 혁신학교 지정 철회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기회평등학부모연대 김정욱 대표는 "미래교육은 공급자인 학교주도형이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협력하는 모델로 가야한다"며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부모와 가정의 역할이 학교교육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 지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더 이상 교육당국이 좌지우지하는 교육행정으로는 미래교육을 설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며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교육을 정치 도구화하여 학부모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