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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내리는 간이역에서

박재형 작
 

 

흰눈이 내리는 12월, 
그믐을 달리는 열차는 시골 간이역에 멈추려고 
하얀 증기를 내품으며 역사로 들어선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 
하나, 둘 플랫홈을 나와 제 갈길을 찾아 
촘촘히 발걸음을 챙기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외로움을 남기고 가는 발자국,
억울함을 남기고 가는 발자국,
슬픔을 남기고 가는 발자국,
욕망을 남기고 가는 발자국,
하얀 눈이 닾혔다.
그 위에 당신의 아픈 추억이 채곡 채곡 쌓이는 
눈그림자의 침묵이 가라안고 
가로등 불빛에 비친 함박눈은 
소원을 이룰 듯 떨리는 가슴으로 달려온다.

 

까만 밤, 나는 외톨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하얀 눈길을 걸으며 말문이 터져 
샘솟는 그리움과 벅찬 가슴으로 
첫사랑의 맹서를 소리 질러보는 나는 네가 보고 싶다.
가슴속 어둠에서 빛으로 다가오고 날마다 나를 깨우며, 
검은 눈동자는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웃고있는 
세상에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람, 네가 보고 싶다.

 

눈이 내린다.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촛불을 켜든  
나는 무거운 육신을 벗고 슬픈 영혼을 달래려 
허공 속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멀리서 컹컹 개짖는 소리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기다리며 
간이역 부근을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