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지붕위에 떨어져 처마밑으로 흐르는 빗소리에
뒤척이다 밤을 지샌 적이 있나요?
행선지를 정하지 않은 채 길을 나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난적이 있나요?
마른 풀 향기와 비릿한 물냄새가 흩어지는
9월의 마지막날 따가운 햇살에 숨죽이 듯 일렁이는
황금 나락의 들판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그리운 사람을 그려보지만 잊혀진 얼굴이
기억되지 않는 그리움으로 가슴 아려본 적 있나요?
가을비가 머리를 타고 눈을 적시고
내 가슴에 흐르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마음이 저미고 쓸쓸한 가을을 사랑하지만
아리한 기억들로 나를 잊어버린 적이 있나요?
오늘 고요하고 달무리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