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31
소변기 위에 핀 웃음
나는 언제부턴가,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취미 하나를 갖게 되었다. 소변기 위에 붙은 표어를 모으는 일. 참 별나다 싶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주름을 슬며시 펴준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거창한 위로보다, 이렇게 엉뚱한 데서 더 쉽게 풀린다. 서수원의 어느 신축 빌딩 화장실에서였다. 급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무심코 시선을 들었는데, 소변기 위의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당신이 소지하신 총이 장총(長銃)이면 그 자리에서, 권총이면 한 발짝 다가서서 쏘세요.” 순간, 품격 있는 웃음이 터졌다. 참으로 점잖은 농담이다. 말은 장난인데, 메시지는 또렷하다. 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다가서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못내 우습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모르게, 이런 문장들을 주머니에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나를 웃게 하는 작은 장치들, 비밀스럽게 챙기는 셈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강산이 몇 번은 바뀌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바꿨다. 채도 바꿔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심지어 마음까지 비워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가장 잘 비워진 것은 스코어였다. 여전히 100을 넘나드는 ‘백돌이’ 신세. 스트레스 받는 날이, 가끔이 아니라 자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