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수)

  • 흐림파주 29.7℃
  • 흐림서울 32.3℃
  • 흐림인천 31.2℃
  • 구름많음원주 31.2℃
  • 구름많음수원 31.3℃
  • 구름많음청주 31.0℃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조금전주 33.3℃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창원 31.6℃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목포 31.0℃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천안 29.4℃
  • 맑음경주시 32.0℃
기상청 제공

<시> 10월이 가면

박재형 작

 

10월의 마지막 열기는 
담벼락 담장잎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
내일이면 매서운 바람에 한잎 한잎 떨어지고 
찬서리에 떠는 붉은 장미, 
제자리를 잃은 고아처럼 긴 이별을 생각한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 천천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
말라 색바랜 고추밭, 논바닥의 볏가리를 덮은 
자욱한 안개, 지워진 기억과 정지된 내 감정을 
부르기 위해 아주 천천히 해돋이를 
늦추고 싶다.

 

내일이면 하얀 들녘에 까마귀소리가 
내려 앉는다. 산그림자가 마을 어귀로 
다가 오고 해저녁 소죽간에 여물을 삶는 
아낙이 길잃은 나그네를 반가이 맞겠지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 
천천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
검푸른 하늘, 새색시 입술처럼 걸린 초승달이 
석양에 물들기 위해 아주 천천히 황금 파도로 
해너미를 늦추고 싶다. 



베스트 담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