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겨울바다에 갔었어요.
소리없이 일렁이는 바다는 눈부시게 반짝거렸어요.
바다가 끝나는 곳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지만
그냥 차가운 바람을 맞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노년의 생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세상을 대하고 이별을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지요.
난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아온 세월
용서도 이해도 부족했던 시간,
언제나 자신에게만 너그러웠다.
바다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햇살과 비와 눈을
고스란히 받아주며 하늘과 바다를 잇고
말없이 일렁이고 있었어요.
나이를 먹고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세월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뒤돌아보면 미련도 후회도 없었어요.
이제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핑개로
더러는 사치스런 투정이나 할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