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작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가 많다. 같이 공유하고 싶은 친구와의 만남도 잠시 머뭇거리게 한다. 만나서 소주나 밥이라도 같이 먹을 공간이 두려워지니 만남의 약속도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보자는 막연한 전화인사로 대신한다. 그래서 요즘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불어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의 마음으로 챙긴다. 같이 산 세월이 이보다 지금처럼 친구같은 시간을 가지게 된게 얼마인가 싶다. 같이 마트와 시장도 가고 NETFLEX도 새벽까지 보면서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청계천이나 남산 안양천 식물원등 같이 걷는다. 지루했던 겨울은 가고 햇볕 따뜻한 봄날에 등짝 가득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기분이 꽤 행복하다. 3월 말이 되면서 꽃샘 추위도 지났다. 간간히 비도 내리고 가지에 꽃봉오리가 부풀어 올랐다. 올해는 서울에도 산수유와 매화꽃이 만발했고 사이사이 벚꽃이 환하게 피기 시작한다.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봄날씨는 느껴지는데 옷차림은 퀼팅자켙에 오리털 조끼를 벗지 못하고 추위와 함께 하는 옷차림이 일상이다. 색깔은 좀 밝은색으로 변했지만 계절의 변화에 마음이 밝아지지 않고 움츠려 있는 모습이다. 따뜻한 봄은 왔지만 1년이 넘은 코로나 방역
박재형 작 간혹 나는 힘들고 슬프게 했던 부질없는 허영과 체면을 벗어 던지고 빈가슴을 만들어 여행을 떠나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다. 어릴 적 추억이라는 기차를 타고 마음 껏 철길을 달리고 싶다. 누구를 만나야 하는 약속도 무슨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날아갈 듯한 마음은 하늘도 나무도 꽃도 달라 보인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노래와 시를 부르며 붉은 장미가 아름다운 골목길을 걷고 싶고 아카시아 꽃 내음이 유난히 짙은 산길을 오르며 아름다운 이야기로 나와의 추억을 되뇌이고 싶다.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있는 세상을 만나고 싶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개구쟁이 모습으로 변하고 싶다. 떠가는 구름에게 당신의 소식을 들으며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나를 가만히 비추어 본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며대는 어색한 내가 아니고 솔직한 나를 본다. 해질 녁, 저편 하늘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유 없이 서글퍼지고 가슴만 아픈게 아니라 하염 없이 눈물이 쏟아져 마음을 적셔 내리면 공연한 외로움이 얼마나 쓸쓸한지 아시나요? 모두가 내 곁을 떠나버리고 기억만이 내 곁을 감싸는 날, 정말 하고 싶던 이야기 전하지도 못한 체 그냥 가슴에 담아버린 그런날...
박재형 작 어젯밤에 우리집 2층 베란다로 귀뚜라미가 들어왔다. 쓰르르 쓰르르 소리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窓(창)이 열려있고 서늘한 寒氣(한기)가 몸을 감싼다. 순간 가을이 문득 찾아온 것 같고, 시간이 갑자기 흘러간 것 처럼 세월의 無常(무상)함과 허전함이 한꺼번에 찾아와 쓸쓸함이 밀려든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엔, 지난 가을 몹시도 계절의 가슴앓이를 하여, 정작 가을의 秋色(추색)인 파란 하늘과 황금색 들녘, 산들바람의 아름다운 풍경을 잊어버린 체 가슴에는 孤獨(고독)만 채우고, 세월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을의 고독은 여름이 뜨겁고 길수록, 매미 울음소리가 거세고 오랠 수록, 가을은 문득 다가온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精熱의 기운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온몸을 얼게한다. 가을 태양의 시린 햇살은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초점이 흐리면서 고독으로 다가와 세상으로 부터 떨어진 外部人(외부인)으로 轉落(전락)하게 한다 . 한여름날 저녁 붉은 노을 빛에 서풍을 타고 불어오는 갈바람과 함께 따뜻하고 쓸쓸한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춘다, 산들바람이 가끔은 내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순간이 오면, 가을은 나의 가슴을 열어 파란하늘로 물들이게 하고, 점점
박재형 작 한여름밤 열대야의 더위가 나이든 나를 더욱 애달프게 바라보는 것은 늙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일까? 늘 내 곁에 있던 내 청춘, 젊은 날의 향기가 어제인 양 생생한데 그 늠늠한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내 젊음이 날 스쳤듯이 팔랑팔랑 나비처럼 구름처럼 순식간에 그렇게 스쳤다. 젊음은 한 여름 밤에 손님처럼 찾아온 여름밤의 꿈인가? 중년(노년)의 나이 세월의 깊이만큼 여유로움이 묻어있어 아름다워 보이는 나이다. 젊은 날처럼 풋풋하고 빳빳하지도 않지만 유순해 보이는 편안함이 간직한 나이다. 정신 없이 달려온 시간들... 문득 중년의 낮선 모습에 새삼 허무하고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반짝이던 검은 머리는 희뿌옇고 윤기없이 거칠다. 돋보기로 초점을 맞추며 읽어내리는 신문은 흐릿한 글씨들이 겹쳐온다. 당연하게 알고 살아온 세월이 허무하고 현실이 억울하기도 하여 나를 찾고자 하염없이 방황하는 나이... 현실을 잊고싶어 무작정 떠나고 싶다. 되돌릴 수 없는 젊은날의 아쉬움인가, 온 몸은 희망과 긍정의 열기로 가득차나 이룬 것 없는 현실에 사춘기 소년처럼 먹먹한 가슴은 어느새 고개를 떨군다. 이제 지난 삶에 연연하여 자신감을 잃어 체념하는 허물어진 내가
박재형 작 오늘 나는 바쁜 마음으로 시간을 보채면서 지내다가 날씨가 차가와지기에 문득 노랗고 붉은 낙엽이 생각났다. 떠나가는 세월을 잡을 순 없지만 가을의 뒷모습을 지켜 보고 싶었다. 그렇게 가을은 한마디 인사도 없이 떠났다. 그리고 낙엽마저 집어 삼킨 성깔머리 사나운 서리가 자리한다. 매정하게 떠나버린 가을을 싸늘히 식어가는 숲속에 묻고 화려했던 가을의 채취를 그려본다. 파란하늘! 강직함으로 포장된 것 같다. 하늘 향해 뻗어감을 자랑하는 대나무를 너무 부러워 하지 말아라. 울긋불긋 단풍이 계곡에 자리하고 그 속에서 마지막 열정과 열기를 내뿜음이 있어 좋다. 하지만, 가을 날씨는 호흡 속에 숨겨진 신선함이 있어 오히려 가을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오늘! 못내 떨치지 못한 가을의 끝자락에서 맑디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시며 얽히고 섥힌 실타래 같은 세상살이도 저 하늘 닮길 바라며 쳐다본다. 가을밤의 등불! 아무도 없지만 빛을 발하는 등불이 좋다. 어두움보다는 편안함이 함께 하기에 사랑한다. 가족처럼 우리와 함께 하고 가을밤 어둠을 밝히던 저 등불도 심지를 태우며 제 몸체을 흘러내리던 어제 밤, 미처 다 타지 못한 촛농과 끄스럼이 우리에게
박재형 작 얼마나 보고팠던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이 추운 겨울 아득한 만남이 이루어 지는 첫눈.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길 속에도, 어른의 깊은 슬픔의 눈동자 속에도 사뿐이 내려안는 희망이다.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첫눈의 감회는 마음껏 한없이 노래할 수는 없지만 겨울 오래도록 이어간다. 첫눈 내리는 날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길로 나가 포근히 안겨드는 그들을 받아 가슴 속 깊이 스며들도록 여기 저기, 이산 저산에 말하여 줍니다. 그리고 첫눈의 사랑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 瑞雪(서설)로 내리는 축복의 눈, 하얀 웃음꽃이 내리는 첫눈은 사랑이다. 그대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의 길을 따라 저멀리 세상 끝까지 아주 천천히 걸어본다. 가다보면 그대 마음이 불빛으로 새어나오는 아담한 창문의 카페에서 두근거리는 손길로 또 한 세상의 문을 열고,미소도 고운 불빛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장작 난로가 귓불 간지럽게 더운 숨결을 훈훈하게 껴안는 동안 지나온 삶은 하얀 세상의 경이로운 정경만 보게 되리라. 내리는 눈은 또 지난 세월을 잘 가라며, 엇갈린 세상을 접고 또 접어 동면하는 삼라만상 돌아보면 모두 피폐하고 쓸쓸하고 허전하다. 하얀 눈송이는 가난한 마음 위로 맑은 꽃으로
박재형 작 겨울 창밖, 빗소리에 인기척인 듯 창문을 여니 설렁한 바람하나 없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 춥지 않는 날씨에 색상이 뚜렷한 갈색들의 절묘한 조화와 촉촉이 젖은 대지의 사물은 눈 앞에 펼쳐져 풍경을 더 진하게한다. 계절이 바뀌는 송년의 길목, 차분해지는 마음에 내린 비는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다시 여는 그리움처럼 방울방울 맺힌다. 시간이 갈수록 도시의 회색빛 네온사인에 비는 굵어졌다. 아스팔트 도로 위 포장마차의 연약한 빛을 따라 채워지는 가난한 자들의 꿈, 작은 아픔은 씁쓸한 미소를 담고 겨울비는 빛을 따라 내린다. 비 내리는 길 위에 회색빛 미소가 스며드는 이 슬픔은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꿈인가? 애타는 마음에 멈춰진 시간처럼, 빈가슴은 사무친 그리움과 쓸쓸함이 다가온다. 한겨울에 눈은 왜 비로 변했을까? 그리움이 변해 미움이 되어 내게 멀리 떠나간 사람처럼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가? 겨울비 내리는 가로등 빛 불빛 속을 서둘러서 달리면 사랑이 찾아질까? 못미더운 생각으로 가득차, 나는 어디있나 싶다. 그러나 지금은 내 곁에 오늘이 있다. 지난 날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의 빈자리가 있어 배회를 견뎌낼 수 있었는지 모른다